감동.좋은글

여보게!

명문의 자손 2017. 5. 6. 20:59

여보게,

저승 갈때 뭘 가지고 가지


[금강경]에

 凡所有相  皆是虛忘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라는 시구가 있다.


무릇 모양있는 모든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고 마는 헛된 것이니,

그 모양이 영원하지 않는 이치를 알면,

부처의 세계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쌓고 뺏고 모으며,

탐착하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삶이 덧없음을 일깨우고,

허상에 끄달리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하려는 금구의 말씀이다.


나이들어 새겨보며,

내 욕심스런 사고들을 헹궈 내는,

샘물 같은 말씀이기도 하다.

진정 영원한 모습이 있을리 없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 중,

백년 뒤 이땅에 남아 노래 부를이 몇이나 될까?

눈가에 지는 세월의 흔적을 거울 속에 들여 보면서도,

나는 늙지 않을 거라고 꿈을 꾸는 우리!

그러나 분명 깨야할 꿈인 것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보고 긍정할수 있을때,

우린 좀 더 진실된 삶을 살다 가지 않을까?

숱한 아픔과 갈등.

사랑과 미움을 세월 너머 보내면서 배운게 있다면,

앞에 놓인 실존마저도 허상이요 한판 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철저하게 인정할수 있는 용기가 생길때,

현실의 허상들마저도 끄달림없이 사랑할수 있는,

참된 가슴이 열리더라는 것!

현실 부정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므로,

무상하고 허망한것들에 매달리지 않고,

좀더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 가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여보게 도우(道友),

저승 갈때 뭘 가지고 가지?

솔바람 한 줌 집어 가렴!

농담말구!

그럼 댓그늘 한 자락 묻혀 가렴!

안그럼,

풍경 소릴 들고 가던지......!



석 용산 스님 에세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