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낙서(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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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러 날 째 杜門不出 연이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뒷 산은 안개만 자욱하고 오늘따라 고요함 속에 빗소리만 요란하다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젖어버린 둥지 속에 아직도 머리를 박고 있나 보다 비 오는 날 찾는 이도 없을 테고 나 또한 갈 곳도 없으니 나는 들창 너머로 안개 자욱 숲 속 둥지 안에 너의 포근한 가족을 상상하고 너는 둥지에서 빈둥거리며 허송세월 보내는 나를 보며 幽閑(유한)=閑暇(한가)한 하루를 보내보자. 그윽하고 한가함 비내리는 토요일 오후의 낙서
2021.06.12 -
울 엄마 1
울 엄마 꼬부랑 허리 오늘도 손 호미질 노니 염불이다 내가 좋아 이러노라 흙냄새가 좋은 줄 훗날에야 알려나!?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어버이는 하루하루 빛바래져 가도 그저 바라만 보는 우리는 바보다 건강을 기원합니다 바라볼수록 보고 싶다
2021.05.07 -
白花
꽃 중의 꽃 봄 빛에 피었다 지는 꽃 너희들 아름답다고 너무 자랑하지 마라. 긴 세월 인고의 시간 인생의 삶 속에 피어나는 자연 풍미의 흰머리로다. 꽃은 짧은 순간 관심받지만 황혼으로 가는 노년의 인생은 오늘도 아름다워져 간다. 百連句(珠玉 詩) 중에 花 衰 必 有 重 開 曰 화 쇠 필 유 중 개 왈 人 老 曾 無 更 少 年 인 노 증 무 갱 소 년 꽃은 쇠하면 다시 빛남이 있으나, 사람은 늙으면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人生아! 허둥지둥 숨 가쁘게 내달았던 겁 없이 지내던 젊은 청춘이 그립지만 걸어온 길만 보지 말고 가야 할 길을 보라 해넘이 인생이라도 남아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 있지 않느냐. 한 세상 사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한밤이 지나고 나면 동창이 밝사오니 하루하루는 갈림길 연속이다 지..
2020.10.31 -
은행
노란 가을 바람이 분다 돌담 골목길 은행나무 흔들고 스치듯 지나간다. 후두~둑~ 두둑! 노란 은행 알 떨어지고 까만 비닐봉지 손에 들고 한 알 한 알 주워 담는 허리 굽은 할머니 주름진 손 지나간 세월이 보이네. 귀한 보물처럼 고이 품에 안고 사립 문 열고 들어가는 할머니의 치맛자락에 가을바람이 뒤따르네. 友님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가도 아름다움을 담는 삶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하트를
2020.10.17 -
빈집
빈집 사립문 넘어 계절이 찾아 들면 그리움 가득 배인 빈 집에 무허가로 거미가 집을 짓고 있다 마당을 가로 지르고 선 빈 빨래줄 외롭게 받치고 서 있는 긴 바지랑대에 빨간 고추잠자리 요리 조리 고개를 갸우뚱 게~ 누구 없소~! 뒤안 돌담 끝에 감나무 한 그루 따가운 가을 햇살에 상기되는 떫은 감 성질 급한 놈 지붕으로 뛰어 내린다. 자연의 향기 가득한 푸른 무대에 귀뚜라미 공연이 뚝 끓기고 무단점령으로 자유를 누리던 잡초들은 요란한 쇠바퀴에 무참히 죽어간다. 와~루~루~! 지난 세월의 아픔들 잘 지켜준 버팀목 그리운 정이 가득했던 집 처참히 혈관들이 끓어지고 있다. 손 때묻은 향기로운 정이 담긴 장독대와 어머님은 어디로 모두 떠난 빈자리에 그리움만 맴도네. go go 고령화 시대 해를 거듭할수록 실버(노..
2020.10.07 -
고향생각
아름다운 금수강산 우리나라 어쩌다 공기마저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오가는 발길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는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잠들지 못하는 가을밤 달아난 잠은 좀처럼 다시 오지 않고 달빛 드는 창문 바라보며 옛 집을 그리고 있다 고향생각 바람 연기를 보고 있자니 산이 구름 위에 떠있구나 마음은 흰 구름 쫓아가고 빈 몸만이 고향집을 가고 있다. 날 저물어 푸른 산 멀어지고 밝은 달 산가지에 걸리면 서둘러 새는 둥지 찾아드는데 이내 몸 어느 날에나 돌아갈까. 友님들 幸福을 祈願합니다
2020.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