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한국의 얼 충성 11

----늙었다 물러가자----송 순
늙었다 물러가자 마음과 의논하니
이 님을 버리고 어디메로 가잔 말고
마음아 너란 있거라 몸만 물러 가리라
지은이 / 송 순宋 純(1493~1588).
자는 수초遂初, 호는 면앙정勉仰亭.
만년에 담양潭陽에 면앙정을 짓고 독서와 시작詩作에 전념,
1533(중종 28) 경에 '면앙정가勉仰亭歌 등의
가사와 시조 몇 수가 전해진다.
벼슬은 참찬參贊을 지냈으며 91세의 장수를 누렸다.
감 상
나도 이제 다 늙었으니
벼슬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 고
내 마음과 의논을 하니,
이 임금을 버리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그러니까 마음아, 너는 있거라.
이 몸만 먼저 물러 가겠다.
마음(자아)을 인격화하여 대등한 입장에서,
그리고 다정한 상대로서 대화하는 표현 형식이
말할 수 없는 친근감을 더해준다.
물러날 때를 알고 깨끗이 처신하는 태도와
자기 자신과 나아가서는 임금과
마음의 교류에 인간미가 흐른다.
이와 흡사한 또 다른 시조
----닫는 말 서서 늙고----유 혁연
단는 말 서서 늙고 드는 칼 보믜거다
무정세월은 백발을 재촉하니
성주의 누세홍은을 못 갚을까 하노라
지은이 / 유혁연柳赫然(1616~1680).
자는 회의晦爾, 호는 야당野堂. 필심재筆心齋.
인조 때 무과에 급제하여 3도 통제사. 훈련대장. 포도대장.
영의정을 추증받았다.
용모가 탁월하고 기개가 웅대하여,
무인다우면서도 학문을 좋아하였고,
서화에도 능하였다.
말 뜻
보믜거다 : 녹이 슬도다. 보믜=녹의 옛말
누세홍은累世鴻恩 : 대대로 입은 은혜.
그는 인조와 숙종의 두 대에 걸쳐 벼슬을 하였다.
감 상
잘 달리는 준마는 (자기의 애마)는
할 일 없이 마구간에 서서 늙어가고,
잘 드는 장검은 쓸 일이 없어 녹이 다 스는구나.
멋모르는 세월은 흘러만 가서 백발을 재촉하니
두 대에 걸쳐서 입은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 안타깝구나!
병자호란 때 만주 싸움에서 아버지를 잃었는데,
그 원수를 미처 갚지도 못한 채 헛되이 늙어가는 것이
몹시 한스러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