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한국의 얼 충성 12

----반밤중 혼자 일어----이정환
반밤중 혼자 일어 묻노라 이내 꿈아
만리 요양을 어느덧 다녀온고
반갑다 학가선용 친히 뵌 듯하여라
지은이 / 이정환李廷煥(1613~1673).
자는 휘원輝遠, 호는 송암松岩.
병자호란 때의 국치를 보고 두문불출,
비가悲歌 10수를 남겼다. 이것은 그중의 하나이다.
죽은 뒤에 지평持平 벼슬을 추증하였다.
反夜獨起坐 淸魂問孤夢
萬里僚陽路 能得片時廻
鶴駕仙容近 依稀如面拜
말 뜻
반밤중 : 한밤중. 반야半夜.
요양療陽 : 심양瀋陽. 병자호란 때에 소현세자昭懸世子와
봉림대군鳳林大君이 함께 잡혀 갔던 곳
심양 / 선양
감 상
한밤중에, 심양에 볼모가 되어 잡혀 가 고생하는
소현, 봉림, 두 왕자의 모습을 본 꿈을 꾸었다.
일어나 가만히 생각하니,
그동안에 만리 머나먼 심양을 꿈속에 다녀왔구나.
꿈애라도 친히 만나 뵌 듯 반갑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가悲歌중 하나
----구렁에 난 풀이----이정환
구렁에 난 풀이 봄비에 절로 길어
알 일 없으니 그 아니 좋을소냐
우리는 너희만 못하여 시름 계워하노라
지은이 / 이정환
감 상
보는 사람도 없는 구렁에 나 있는 이름 없는 풀이
봄비에 저절로 자라.
지각知覺과 분별력分別力으로 알아야 할 일도 없으니,
어지러운 세상의 이러쿵저러쿵한 일에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너희가 부럽다.
오랑캐 장수 앞에 임금이 무릎을 꿇어야 했던
이 굴욕을 우리는 사람이기에 보고 겪어야 함이 한스럽다.
사람이기에 어중간한 지각이니 지성이니 감성이니
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는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그런 것 다 모르고 그저 무심한 풀 그것도 아무 데나 나 있는 잡초,
아무리 짓밟혀도 또 살아나는 너의 무디고 억센 천성이
나는 오히려 부럽구나!